Categories
Idomeneo Mozart 7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서곡〉

1. 묘한 서곡이다. 여느 (모차르트 오페라) 서곡과 마찬가지로 어정쩡한 소나타 형식을 갖추고 있고 그 틀 안에서 애매하게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2. 〈서곡〉의 가장 큰 특징은 D장조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단조”성이 매우 강한데, 곡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게 단지 느낌적인 느낌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말이 D장조이지 여기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별로 없고, D장조에서 시작해 D장조로 끝나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명확한 “D장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좀 더 들어봐야 한다.

3. 일단 D장3화음을 그리며 시작하는 도입부부터가 수상하다. 너무 대놓고 “나 장3화음”을 무려(!) 일곱 마디에 걸쳐 외치고 있다. 그 적나라함이란. 심지어 유치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마디 7까지 온전한 으뜸음화tonicisation가 이루어지지 않아 D장조의 으뜸화음이긴 하지만 으뜸화음밖에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D장조”성은 강하지 않다.

4. 이렇게 내놓고 장3화음을 들려주더니 마디 8부터는 바로 다른 길로 샌다. D장조의 딸림음(A)으로 시작하는 마디 8은 “단조성”을 띠고 한참을 헤매며 마디 19까지 딸림음을 연장한다. 마디 19–22에서 드디어(!) 원조의 딸림화음을 들을 수 있고, 마디 23에서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D장조에서 종지(V–I)라고 부를 만한 것이 처음 등장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들은 음악은 I–V–I이 전부인 셈이다. 바꿔 얘기하면 마디 1–23에서 긴 으뜸음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이 찝찝함은 무엇일까. 아직도 “D장조”가 견고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5. 마디 23의 종지 이후에는 여느 서곡의 제시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조—딸림조—로의 이동을 시도한다. 마디 43–44에 이르러 딸림조인 A장조로의 종지를 위해 협주곡 카덴차를 연상케 하는 Cad.$^6_4$와 트릴까지 동원해 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1 이제 마디 45에서 딸림조로 장렬히 종지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6. 딸림조인 A장조 대신 A단조로 종지한다. 침착하자. 뭐 그리 소름끼치게 놀랄 일도 아니다. 더군다나 작곡가가 모차르트라면 그의 작품oeuvre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기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서곡〉에서 들었던 종지 중 가장 강력하게 기대감을 끌어올려 놓고 느닷없이 A단조로 종지했다는 사실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이 외에도 마디 45–81의 음악에 눈과 귀가 쏠리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7. 우선 마디 45–81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역부점”reversed dotting은 그 극적 기능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롬바르드 리듬”Lombard rhythm이라고도 하는데 《이도메네오》에서도 그리 자주 접하는 리듬은 아니다.2 역부점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다는 “프랑스 서곡”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시작하는 〈서곡〉의 맥락 안에서 예상치 못했다는 뜻이다. 《이도메네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8. 〈서곡〉 전체를 봤을 때 마디 45–81에 대응하는 음악이 작품 후반부—재현부—에 없다는 점 또한 문제다. 40마디에 육박하는 제시부의 음악이 재현부에 빠져 있다면 이는 분명 풀어야 할 숙제다. 그게 아니면 여기는 발전부인가? 죽어도 아니다! 일단 넘어가자.

9. 마디 81부터 재현부가 시작되는 마디 93까지는 딸림음을 연장하는 것 외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3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형식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재경과부retransition인데, 역시 모차르트 작품에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10. 사실 재경과부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구조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재경과부의 베이스라인bass-line이 제시부 마디 7–19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이견의 여지 없이 동일한 모티브를 사용하고 있는데 기가 막힌 건 임시표를 교묘히 사용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음악을 끌고 간다는 것이다. (예컨대 마디 8의 넷째 박 C$\natural$과 마디 82의 같은 곳 C$\sharp$을 비교해보라.)

11. 마디 93부터 시작하는 재현부는 모차르트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가 없다. 제시부와 지나치게 똑같기 때문이다. 카피 앤드 페이스트… 적어도 마디 127까지는…

12. 이렇게 똑같이 갈거면 마디 127부터 마디 35–81(혹은 마디 45–81)의 음악이 나올 차례인데 그냥 건너뛰고 바로 D장조의 딸림화음(A장3화음)을 연장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재현부이니만큼 다른 길로 안 새고 그대로 D장조를 굳히겠다는 심산이다. 결국 마디 137부터 〈서곡〉이 끝날 때까지 무려 28마디에 걸쳐 거대한 V–I을 그린다. 언뜻 보면 내가 앞서 했던 말(2)과는 달리 D장조가 굳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건 바로 이 “거대한” V–I이다.

13. 정확히 표현하면 마디 137–45는 딸림음 페달dominant pedal, 마디 146–64는 으뜸음 페달tonic pedal을 사용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베이스음이 그렇다는 얘기고, 위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 전자의 경우 D단조의 딸림화음을, 후자는 G단조의 딸림화음(=D장조의 으뜸화음)을 울리고 있다. 〈서곡〉에 이어 연주되는 레치타티보recitative가 G단조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납득할 만하다.

14. 구조적으로 보자면 음악적 프로세스는 사실상 마디 146에서 끝나지만 〈서곡〉 전체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부분은 으뜸음이 극적으로 연장되는 마디 146–64이다. 특히 마디 157의 셋째 박에서 들을 수 있는 D–E$\flat$–C$\sharp$의 동시 울림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주이상스”jouissance라는 말은 이럴 때 쓸 수 있겠다.

15. (아무 생각 없이) 듣기에는 그렇게 복잡하게 들리지 않는데 조성·형식 분석을 해보면 곡이 좀 조잡하게 “보이는” 면이 없지 않다. 쉔커식Schenkerian 베이스라인 스케치가 (보기보다 간단한)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음악을 제대로 들으려면 음악분석을 해야 한다”는 진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제대로” 듣는다는 게 뭔지도 모를뿐더러 권장하는 바도 아니다.) 다만 음악분석이 “새롭게 듣기” 혹은 “다시 듣기”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은 분명하지 않나 싶다.

16. 총평하면 D장조의 〈서곡〉 전반에서 느껴지는 단조성은 아마도 본의 아니게 아들을 담보로 목숨을 구(걸)하게 되는 크레타의 왕 이도메네오의 여정을 음악적·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라고 일단 썰을 풀자 서곡이 종종 맨 마지막에 쓰이는 것처럼4 《이도메네오》 분석을 마치고 나서 돌이켜 보면 알게 되려나?5 이 오페라는 분명 D장조로 끝나기는 한다. 〈서곡〉에서 암시된 D장단혼용의 모호함ambiguity이 32번곡(Ballet)에서 해소된다는 어설픈 가설을 세우면서 다시 돌아올 날을 기약한다.


  1. Julian Rushton, W. A. Mozart: “Idomeneo,” Cambridge Opera Handbook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3), 7.

  2. Ibid.

  3. 사실 딸림음의 연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은 위(8)에서 문제가 된 마디 45이다. 마디 45–81을 도저히 발전부로 볼 수 없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다.

  4. 이 〈서곡〉도 예외는 아니다.

  5. 〈서곡〉과 레치타티보를 제외하고 32곡인데 올해 안으로는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