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글(쓰기)

A writer who waits for ideal conditions under which to work will die without putting a word on paper.

이상적인 작업 환경을 기다리는 작가는 한 단어도 쓰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

—E. B. White

William Strunk Jr.의 The Elements of Style (1918/1920)1을 개정·증보(1959)한 것으로 유명한 E. B. White가 문학 계간지 The Paris Review의 1969년 가을호(통권 48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 남긴 말이다. White는 The Paris Review에서 기획한 여러 인터뷰 연재물 중 “에세이의 예술”The Art of the Essay 시리즈의 첫 주자interviewee였다.2

White의 주장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린데 (1) 할 말은 있고 쓰기는 싫지만 써야 할 때 일단 닥치고 쓰기 시작하라는 의미에서 너무나도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러니까 “Just do it!” 말고 “Just get started!”다. (2) 하지만 “닥(치고) 글(쓰기)” 전략은 나처럼 달아오르는데(?) 시간이 걸리는 “슬로우 스타터”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자칫 잘못하면 조금 미지근해지다 식기를 반복하며 영원히 끓지 않는 물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어디까지나 “내”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고. 작업 성향이나 방식에 개인차가 있을 테니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되새겨 볼 수 있는 “오늘의 명언”쯤으로 남겨 둔다. White의 인터뷰 전문(원문)은 빨리 읽어도 30분은 족히 걸리는 긴 글이지만 그의 사상과 작법(?)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3 적어도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자, 이제 그만 놀고 진짜 “닥글”하러 가자! 지금 새벽 1시 반인데?


  1. 북미 지역에서는 명료한 글쓰기를 위한 지침서로 오랜 시간 사랑받은 고전이지만 세월 앞에서 좋은 글의 “기준”이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최근에는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의 역작 The Sense of Style: The Thinking Person’s Guide to Writing in the 21st Century (2014)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인 바 있다.

  2. 이보다 조금 더 잘 알려진 인터뷰 시리즈로는 “픽션의 예술”The Art of Fiction이 있다. 우리 나라에는 이 시리즈의 인터뷰를 모아 번역한 책이 『작가란 무엇인가』 (전3권)라는 제목을 달고 나와 있는데, 원문은 The Paris Review 홈페이지에서 모두 무료로 읽을 수 있다.

  3. White는 동화 『스튜어트 리틀』Stuart Little의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동화를 쓸 때 “사고의 전환”shifting of gears이 필요하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우리는 공통점이 아주 많거든요.”라고 답하는 이 불혹(인터뷰 당시)의 작가가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