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글쓰기의 힘

1. 이런 제목으로 포스팅을 하면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는 허접한 ‘자기계발’ 글로 읽히지는 않을까 싶어 걱정이 앞서지만 요즘 하고 있는 일이 ‘아침 글쓰기’인 것을 어쩌랴.

2. 9월 1일 개강 전까지 마무리 해야 하는 우리말 원고 두 편과 9월 말까지 완성해야 하는 영어 논문 한 편. 이 세 편의 글은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므로 방학 때 하지 않으면 재앙이 닥친다. 답이 없다.

3. 여기에 대략 마무리가 된 세 편의 원고(영문)와 초안이 작성된 두 편의 글(역시 영문)은 투고할 저널을 결정해 그에 맞게 탈고하거나 아예 책으로 엮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모두 명확한 마감일이 없기 때문에 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마감일이 없다는 건 영원히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 고민 중이다.1

4. 하지만 계속 고민하고 있을 수는 없고 당장 써야 할 글도 넘치는 터라 ‘닥치고 글쓰기’를 실천 중인데, 내 경우에는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닥치고 글쓰기가 효과적이다.

5. 일어나서 바로 글을 쓸 때 어려운 점은 잠이 깨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작업이라는 것. 하지만 지난 겨울부터 집에서는 거의 서서 일하기 때문에 잠 깨는 문제는 거의 없다.2

6. 그렇게 일어나서 짧게는 1시간 반에서 길게는 2시간 반을 쓴다. 다음은 지난 3일 간의 기록이다.

  • 18일 오전: 영문 원고, 938 단어, 약 2시간 30분
  • 19일 오전: 국문 원고 ①, 200자 원고지 23매, 약 2시간
  • 20일 오전: 국문 원고 ②, 200자 원고지 24매, 약 2시간 15분

지금 쓰고 있는 영문 원고는 약 5,000–6,000 단어, 국문 원고 두 편은 각각 200자 원고지 100매 정도가 요구된다. 따라서 앞으로 4,062–5,062 단어, 원고지 76–77매(x2)가량을 더 써야 한다. 이렇게 현재 진행 상태(양적)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계획하는 데 필요한 기록들이다.

7. 누군가는 더럽게 빨리 쓴다고 할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너무 느린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텐데, 당연히 시간당 뱉어 내는 단어 수는 중요하지 않다. 내 기준에서 이야기하자면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쓴 결과다. 일단 밑도 끝도 없이 뱉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8. 하지만 일단 뱉어 내고 나중에 고치라는 조언은 상당히 무책임하다. 박사학위논문(특히 인문계열)이나 책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글이라는 게 일정 수준(분량)을 넘어서면 더 이상 손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단지 몸집이 커져서 고치기 힘들다는 게 아니다.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혹은 운 좋게) 논리적인 흐름에 따라 작성된 글이 갖는 힘은 대충 닥치는 대로 때려 넣고 나중에 고친 글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니까 막 뱉어 내는 와중에도 흐름은 생각해야 한다. 어쩌라고!

9. 핵심은 글의 논리적인 흐름과 뱉어 내기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전자가 후자에 방해가 되어서도 안 되고, 반대로 후자 때문에 전자가 불가능해져도 안 된다. 나는 주로 글의 논리적인 흐름에 목숨과 자존심을 걸다가 (논문이잖아..) 글이 평생 안 나오는 쪽이었는데 글이 없으면 흐름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좀 오래 걸렸다. “글로 생각하라”보다 멋진 표현 아닌가!?

10. 이 글의 내용 말고 제목은 사실 얼마 전에 읽은 할 엘로드의 『아침 글쓰기의 힘』(2017)에서 가져온 것이다. 자기계발서는 보통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내용들을 담고 있기 마련인데 이 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끔 자극이 필요하거나 용기(?)를 얻고 싶을 때 이런 류의 책을 집어 드는데,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것 보면 이런저런 할인을 받아 커피  반 잔 값으로 구입한 전차책이 그 역할은 다하지 않았나 싶다.

11. 이 책에서 얻은 교훈 몇 가지(구절) 공유하며 마무리한다. 참고로 전자책이라 인용 페이지 대신 목차의 제목으로 출처를 밝힌다.


사실 인간은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추천의 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당신에게 中

어쩐지 잘 안 되더라..

바쁜 일이 있을 때는 30분만 글을 쓰고 다른 일을 한다.

아침 글쓰기가 좋은 이유 中

30분이라도 써야 한다. 오늘 아침만 해도 정말 쓰기 싫었고 글도 잘 안 풀렸는데 엉덩이 두 다리(서 있으니까) 힘으로 꾸역꾸역 쓰다 보니 어느 정도 분량을 뽑을 수 있었다. 아무리 쓰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써야 한다.

아침형 인간에게는 저녁이 있다. 그러나 저녁형 인간에게는 아침이 없다.

아침 글쓰기가 좋은 이유 中

“저녁형 인간에게는 새벽이 있잖아!”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고.. 중2냐!

로알드 달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까지, 그리고 다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하루 두 번 자신이 정해놓은 시간에 글을 썼다.

위대한 작가들의 하루 中

그럼 하루에 겨우 3시간 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경험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시간이 아닌가 싶다. (매일 저렇게만 쓸 수 있다면..) 그리고 아침에 1시간이라도 쓰면 오후에도 더 쓸—쓰고 싶을—확률이 매우 높다.

종종 작가들은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는 창조적인 핑계를 생각한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태생적으로 창의적이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없는 다양한 핑계를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글쓰기의 사슬을 끊지 마라 中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뭐.. 딱히 내 얘기 같아서 빵 터진 건 아니다..)


  1. 몇 년 전에 꽤 공감하며 읽었던 요시코시 코이치로의 『모든 일에 마감시간을 정하라』(2008)를 추천한다.

  2. 집에 스탠딩 데스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창가에 스탠딩 테이블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