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Blog

Typesetting Opera Incipits with LilyPond

1. 작년에 LilyPond로 모차르트 오페라 각 악곡의 첫머리(incipits)를 사보해 DB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시험 삼아 딱 하나 만들어 보고 말았는데 다시 덕질을 시작했다. 1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 6개를 그렸는데 나름 삽질하며 깨달은 바가 있어 이곳에 기록해 둔다.

2. 먼저 악보부터 보고 이야기하자. 모두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Idomeneo, KV. 366, 1781)의 아리아다. 악보를 클릭하면 소스 코드(source code)를 확인할 수 있다.

3. 소스 코드를 보면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악보를 그리는 게 그다지 직관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조금만 해 보면, 예컨대 이렇게 6개만 그려 보면 생각만큼 비직관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LaTeX$로 문서를 작성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별다른 적응기 없이 최소한의 요건(preamble)만 갖춘 후 바로 악보를 그릴 수 있다.1

4. LilyPond와 관련된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몇 가지 더 깨닫게 된 점이 있는데, 이렇게 직접 사보를 하면서 음악적 특징을 저절로 파악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4번, 7번 아리아는 으뜸화음의 펼침(=도약 진행)으로 시작되는 반면, 13번 아리아는 비교적 순차적으로 흘러간다. 6번 아리아는 C장조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flat$7을 강조하며 이끔음을 무력화하고 있고, 11번 아리아의 반음들도 역시 신경 쓰인다. 복사기가 없던 시절 대가들의 작품을 손으로 사보해 가며 작법을 터득했다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말씀이 사실로 판명되는 순간이다.

5. 아직 전반적인 문법(syntax)이 머리 속에 입력되어 있지 않아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을 찾아 가며 학습 중이다. 아직은 LilyPond가 제공하는 기본 레이아웃에 큰 불만이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정하고 싶은 부분도 없지 않다.2 2중창 이상의 앙상블은 첫머리를 어떤 기준으로 잡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야말로 ‘궁극의 덕질’인 셈인데 이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봐야겠다. 『덕질로 인생역전』(2016)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딘가 써먹을 데가 있겠지. 위 악보들의 소스 코드는 깃허브 저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나는 박사학위 논문을 $\LaTeX$로 작성했다. 음악학 논문은 그 성격상 본문에 B$\flat$, E$\natural$, F$\sharp$, V$^6_4$ 등의 음악 기호가 자주 사용되는데 일반적인 워드 프로세서에서 제공되는 특수 문자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고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처음부터 $\LaTeX$를 사용했다. 막상 적응되면 훨씬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2. 예컨대 곡 제목과 템포 마킹, 악보 사이가 조금 더 벌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