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쌓아두면 안 돼.” 짐은 예전에 그렇게 충고한 적이 있었다. 작가가 당장 사용하는 게 내키지 않는 구절이나 이름이나 사건을 훗날 집필할지 모를 작품에 써먹을 요량으로 쟁여두는 행동에 대해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짐은 실제로는 출판된 최종고뿐 아니라 메모와 초고까지 전부 다 꼼꼼히 모아두었다.

—제임스 설터,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아내 케이 엘드리지 설터의 서문 중에서

저도 그랬습니다. 훗날 진행할지 모를 연구나 집필할지 모를 논문에 “써먹을 요량으로 쟁여두는 행동” 말입니다. 정돈되지 않은 거친 생각이라도 글로 남겨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도 나중에 논문 발표할 때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싶어 쌓아 두었다는 게 공식적인 변명이지만 갈수록 ‘쓰고 싶은 글’과 ‘써야 하는 글’의 간극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다지 실효성도 없었는데 연구 주제 10개쯤 쌓이는 동안 현실적으로 가공할 수 있는 논문의 수는 많아야 1년에 서너 편 정도. 그마저도 다 못 씁니다. 제임스 설터 사후 출판된 산문집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마음산책, 2020)의 원제는 “Don’t Save Anything.” ‘이럴 바엔 아끼지 말고 그냥 쓰자. 좋은 연구 주제는 언제든 또 나오기 마련’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추신: 오래 전 언뮤를 구독하신 분들은 이번 포스팅을 끝으로 메일 발송이 중단됩니다. 이전에 입력하신 개인 정보는 마지막 메일 발송 후 모두 파기됩니다. 새로 시작하는 뉴스레터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