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스키 타계 소식 외

1. 제프스키, 안드리슨 타계

미국 작곡가 프레더릭 제프스키(Frederic Rzewski, 1938–2021)와 네덜란드 작곡가 루이 안드리슨(Louis Andriessen, 1939–2021)이 나란히 타계했습니다.1 작곡을 전공하던 시절 핫했던 음악가들이 하나둘 떠날 때면 왠지 마음이 쓸쓸합니다. 제프스키의 The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 (1975)를 처음 들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말이지요. 마지막 변주(Var. 36) 뒤에 나오는 코다 감상하며 두 거장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The People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 – 36 Variations on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 Thema. Tempo I. Video by Igor Levit

2. 음악학자를 위한 팟캐스트

유튜브가 대세라지만 클럽하우스나 음(mm) 같은 서비스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듣기와 청취의 시대는 아직 가지 않았나 봅니다. 팟캐스트도 건재합니다. New Books Network는 다양한 분야의 학술서를 신간 위주로 소개하는 팟캐스트입니다. 음악학 분야의 학술서도 종종 소개되는데 저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애청합니다. 가장 최근 에피소드에서는 벤자민 스티지(Benjamin Steege) 미 컬럼비아대 부교수가 출연해 자신의 저서 『부자연스런 태도: 바이마르 음악적 사고의 현상학』을 소개합니다.2 음악이론사 전공하시는 분들이라면 구미가 당길 만한 내용이군요.

New Books Network가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반면 Sound Expertise는 음악학자들을 위한 팟캐스트입니다.3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리처드 타루스킨(Richard Taruskin) UC 버클리 명예교수가 출연해 음악학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뭐 지극히 그다운(?) 이야기를 하고 갔습니다. 음악학자는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contrarian)이어야 한다는 그의 제안이 저는 그다지 꼰대스럽게 들리지 않습니다.4 마침 타루스킨을 끝으로 시즌 2가 마무리되었으니 시즌 3 시작하기 전에 지난 에피소드 정주행하는 것도 좋겠네요. 참고로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수전 맥클러리(Susan McClary)입니다.

격식과 형식을 갖춘 학술대회나 세미나도 좋지만 음악학자들도 캐주얼(?)하게 수다 떨 수 있는 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그런 장이 주로 술자리였는데 문제는 지금 하기 어렵다는 것, 할 수 있더라도 술 깨고 나면 세계를 정복할 것만 같았던 포부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 유튜브가 부담스럽다면 팟캐스트만큼 좋은 것도 없지 않나요? 이왕 일 벌린 김에 한 번 해 볼까요?

3. “Culturally insensitive” (?)

핀커스 주커만(Pinchas Zukerman) 때문에 요 몇 주 시끄러웠습니다.5 이미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어 제가 낄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주커만에 대한 감정적인 인신공격성 발언(ad hominem)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 음악학자들은 이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타루스킨은 뭐라고 할까요?

4. (서서) 박수 치지 않을 자유

공연 후 모두 일어나서 박수 칠 때 가만히 앉아 있다가 ‘넌 뭔데 안 일어나?’라고 말하는 듯한 눈총 받으신 적 없나요? 저는 무지 많습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 경험을 한 건 아닌가 봅니다.6 기립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거기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도 각자의 이유는 있겠지만 음악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립) 박수 치지 않을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음악이 ‘자유’와 ‘평화,’ ‘화합’의 상징이라는 은유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음악학자 윌리엄 청(William Cheng) 미 다트머스대 부교수의 저서 『아플 때까지 음악 사랑하기』 함께 읽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군요.7 팟캐에서 만날까요?

5. 코로나19와 오페라

오페라는 한때 지구상에서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드는 예술 중 하나였습니다.8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제 오페라 같은 거대한 예술은 살아남을 방법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교향악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좋든 싫든 변화할 수밖에 없지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한층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목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오페라도 변하고 있습니다. 합창단의 규모를 줄이고 무대도 미니멀하게 꾸미면서 전에는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고 있지요. 그러고 보면 오페라를 하는 방식도 시대에 따라 늘 달라졌잖아요? 영국 왕립오페라단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뉴욕타임스』의 파라 나예리가 전합니다.9

6. tosc@bayreuth.2022

코로나19로 취소된 국제학술대회 tosc@bayreuth.2022의 CFP가 공지되었습니다. 2015년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Transnational Opera Studies Conference는 오페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가장 큰 규모의 학술 행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1년 대회가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1년 연기되었는데요. 오페라를 연구하는 우리 학자들도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음악학’을 한다는 게 결국 그런 것 아닌가요? 프로포절 마감은 2021년 10월 15일입니다.

7. AI Song Contest 2021

인공지능과 음악 이야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더 이상 별로 놀랍지도 않고 그런가 보다 합니다. 하긴 바둑도 정복한 마당에 뭘 못 하겠어요? 하지만 얼떨결에 ‘4차 산업혁명과 음악‘ 수업을 맡아 3년째 책임지고 있는 저로서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라서 1년만 지나도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리거든요. 『뉴욕타임스』의 말콤 잭이 AI Song Contest 2021 소식을 전합니다.10 올해 우승곡은 팀 M.O.G.I.I.7.E.D.의 “Listen to Your Body Choir.” 한국팀 H:Ai:N의 “Han:한”도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육체성에 근거한 현대 보이스(voice) 이론은 신체 없는 목소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고민됩니다.


  1. William Robin, “Frederic Rzewski, Politically Committed Composer and Pianist, Dies at 83,” The New York Times, June 27, 2021, updated July 4, 2021; Corinna da Fonseca-Wollheim, “Louis Andriessen, Lionized Composer With Radical Roots, Dies at 82,” The New York Times, July 1, 2021, updated July 2, 2021.

  2. Benjamin Steege, An Unnatural Attitude: Phenomenology in Weimar Musical Thought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21).

  3.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하면 국내에서 들을 수 없다고 표시되는데 팟캐스트 앱을 사용하면 손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애플 기기 사용자라면 이미 설치되어 있는 Podcasts 앱을,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라면 Google Podcasts 앱을 추천합니다.

  4. 제프스키도 미국 작곡계의 대표적인 ‘contrarian’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제프스키를 그렇게 기억합니다. 작곡가 타계 직후 진행된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빗과의 인터뷰 읽어보시지요. Joshua Barone, “Igor Levit on Frederic Rzewski: ‘The People’s Composer,’The New York Times, June 29, 2021.

  5. Javier C. Hernández, “Violinist Apologizes for ‘Culturally Insensitive’ Remarks About Asians,” The New York Times, June 28, 2021.

  6. 박돈규, “공연장 기립박수, 진심이었나요? 2000여명에 물었더니…,” 『조선일보』, 2021년 6월 18일.

  7. William Cheng, Loving Music Till It Hurt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20).

  8. 2018년 작고한 허버트 린든버거 스탠퍼드대 비교문학과 명예교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Herbert Lindenberger, Opera: The Extravagant Art (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84), 17.

  9. Farah Nayeri, “Retooling La Bohème for Pandemic Performances,” The New York Times, July 3, 2021, updated July 6, 2021.

  10. Malcolm Jack, “Robots Can Make Music, but Can They Sing?,” The New York Times, July 7,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