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들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1년 7월 26일 163번째 방송

오늘은 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 장 바티스트 세나이에(Jean-Baptiste Senaillé, 1687–1730)와 장 마리 르클레르(Jean-Marie Leclair, 1697–1764)의 바이올린 소나타 준비했습니다. 열흘 전, 기가 막힌 조합의 두 연주자가 만나 녹음한 음반이 발표되었습니다. 요즘 핫한 1988년생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Théotime Langlois de Swarte)와 앙상블 레자르 플로리상(Les Arts Florissants)의 지휘자로 친숙한 윌리엄 크리스티(William Christie). 크리스티가 1944년생이니까 무려 44살 차이가 납니다. 앨범 제목 그대로 ‘세대’(Générations)를 초월한 두 음악가의 협업. 지금 감상해 보시죠.

Cover page of Premier livre de sonates a violon seul avec la basse-continue composées par Mr. Senallié le fils, 1710, IMSLP

먼저 만날 작품은 장 바티스트 세나이에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Op. 1, No. 6. 세나이에는 바이올린 소나타 50여 작품을 출판했습니다. 이탈리아 바로크 바이올린의 전통을 배워 프랑스식으로 재해석한 음악가. 1717년 이탈리아로 연주 여행을 떠나 머무는 동안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 1663–1745)와 공부하기도 했습니다.1 세나이에의 소나타는 느리게–빠르게, 다시 느리게–빠르게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바로크 소나타의 형식을 갖추었지만 가보트 같은 프랑스 춤곡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섯 권의 바이올린 소나타 곡집을 출판했는데 1–3권이 코렐리의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4–5권에서는 비탈리와 비발디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군요.2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는 1710년 출판한 바이올린 소나타 곡집 1권에 포함된 작품.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가 첫눈에 반한 곡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3 1악장부터 심쿵한 게 왜 그랬을지 알 것도 같습니다. 전 악장 감상해 보시죠. 테오팀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의 바이올린, 윌리엄 크리스티의 하프시코드 연주입니다.

Sonata in G Minor, Op. 1 No. 6: I. Preludio. Larg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Sonata in G Minor, Op. 1 No. 6: II. Allemanda. Allegr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Sonata in G Minor, Op. 1 No. 6: III. Adagi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Sonata in G Minor, Op. 1 No. 6: IV. Gavotta. Allegr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연주도 연주지만 녹음이 정말 잘된 음반입니다. 고음악 전문 연주자들이 유독 소리에 민감하긴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음악가라면 그건 당연한 얘기입니다. 그보다는 녹음된 장소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앨범은 작년 코로나19로 파리가 처음 봉쇄되었을 때 크리스티 자택 거실에서 녹음했다는군요.4 사실 세나이에가 활동했던 시대, 음악은 주로 이런 거실(chamber)에서 연주되었으니 이보다 더 적절할 순 없을 겁니다.

18세기 초는 프랑스 기악 음악이 꽃피웠던 시기. 특히 바이올린 음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주로 언급되는 이유는 코렐리의 기악 음악이 성공을 거두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것.5 여기에 악보 출판 시장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 전에는 바이올린 음악이 프랑스에서 인기가 없었다는 말인데 가만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세나이에를 프랑스 바이올린 음악의 초석을 다진 작곡가로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악 중심에서 기악으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한 곡 더 듣고 이야기 계속 나누지요. 《바이올린 소나타 C단조》, Op. 1, No. 5, 전 악장 감상하겠습니다. 이 곡은 1악장도 심쿵하지만 3악장 가보트가 정말 기가 막힙니다. 테오팀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와 윌리엄 크리스티가 함께 합니다.

Sonata in C Minor, Op. 1 No. 5: I. Preludio. Adagi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Sonata in C Minor, Op. 1 No. 5: II. Corrente.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Sonata in C Minor, Op. 1 No. 5: III. Gavotta.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Sonata in C Minor, Op. 1 No. 5: IV. Giga. Allegr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장 마리 르클레르는 세나이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친숙한 작곡가입니다. 르클레르가 10년 후배네요. 장 바티스트 세나이에가 18세기 프랑스 바이올린의 초석을 다졌다면 장 마리 르클레르는 이를 발판 삼아 활동한 음악가. 르클레르는 세나이에의 바이올린 소나타 곡집 4권이 출판되고 2년이 지난 1723년, 자신의 바이올린 소나타 곡집 1권을 발표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바이올린 소나타 50곡 가까이 출판했으니 여러 모로 세나이에와 닮았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르클레르는 무용수 출신이라는 것. 이탈리아 투린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는데 그때도 무용수로 활동했습니다. 덕분에 이탈리아 바이올린 대가들의 음악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으니 모든 경험은 언젠가 도움이 되기 마련인가 봅니다.

Portrait de Jean-Marie Leclair. Gravure de F. Lugi d’après Loir, 1741, Wikimedia Commons

르클레르의 바이올린 소나타 곡집 2권에 포함된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3–4악장 감상하겠습니다. 레치타티보 스타일의 3악장과 춤곡에 가까운 4악장의 조화가 절묘합니다. 테오팀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의 바이올린, 윌리엄 크리스티의 하프시코드 연주로 들려 드립니다.

Sonata in F Major, Op. 2 No. 2: III. Adagi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Sonata in F Major, Op. 2 No. 2: IV. Allegro ma non troppo. Video by Théotime Langlois de Swarte – Topic

윌리엄 크리스티는 77세의 나이에도 젊은 연주자와 새로운 레퍼토리를 발굴하는 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프랑스 바로크 음악을 연구한 음악학자 제임스 앤서니(James R. Anthony, 1922–2001)의 추천으로 오래 전부터 세나이에를 알고 있었지만 연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크리스티. 그러고 보면 음악학자와 연주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일, 함께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각자 바빠서 그런지 서로 잘 만나지도 않고 형식적인 자리가 마련되어 만나더라도 자기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리스티 같은 대가조차 희수(喜壽)에도 귀를 열고 대화를 나누며 레퍼토리 확장에 힘쓰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제가 〈KBS 음악실〉에서 ‘음악 허물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아직까지는 짝사랑이네요.

How to cite this: 계희승, “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들,” 『음악학 허물기』, 2021년 7월 26일.


  1. Denis Herlin, Liner notes for Générations, trans. Michael Sklansky (HAF 8905292, 202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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