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외

1.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음악

뉴스레터에서 예고(?)한 대로 당분간 기승전-올림픽.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게임 음악도 연구합니다. 연구고 뭐고 일단 게임을 좋아해요. 그래서 4시간이나 하는 줄도 모르고 보기 시작한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게임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 유독 반가웠습니다.1 대부분 제가 했던 게임들이고 친숙한 음악이지만 정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아직 해 본 적 없는 게임 NieR의 “Song of the Ancients.” 각국 선수단 입장 시 사용된 음악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아래 영상에서 바로 들을 수 있도록 맞추어 두었으니 감상해 보시죠. 물론 처음부터 쭉 들으셔도 됩니다.

Every Videogame Theme Featured in the Tokyo 2020 Olympics Opening Ceremony. Video by Miji02

2. 아시아계 음악가들의 반격

언뮤 뉴스레터 제1호에서 전한 주커만의 발언으로 미국 내에서 아시아계 음악가들이 겪는 인종차별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지난주에만 『뉴욕타임스』에 특집 기사 세 편이 게재되었는데요. 연주자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는 모두 한국계 연주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반면 작곡가 관련 기사는 진은숙을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계 작곡가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3. 드라마 속 클래식

어디 국내 드라마뿐인가요. 최근 재밌게 본 중국 드라마 《마천대루》(摩天大楼, 2020)에서 클래식 음악이 사용되는 방식은 연구해 보고 싶을 정도로 창의적입니다. 수요는 이렇게 증가하는 데 정작 “드라마 음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내] 클래식 연주자나 오케스트라는 많지 않다”는군요. 그런데 이게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게, 국내에서 연주자 섭외가 안 돼 결국 해외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작 참여하고 싶은 연주자들도 분명 있을 텐데. 제작사나 연주자 모두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이 둘을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중개 플랫폼 같은 것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드라마 속 클래식 이야기. 『중앙일보』 김정연 기자가 자세히 전합니다.2

4. JAMS 최신호 발행

미국서양음악학회(American Musicological Society, AMS)가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Musicological Society (JAMS) 최신호가 도착했습니다. 연구 기관에 적(籍)을 둔 분들은 주로 JSTOR 등의 학술DB를 통해 논문을 접하지만 JAMS처럼 몇 년이 지나야 최신호를 볼 수 있는 학술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회비 납부하고 정회원 자격으로 받아 보고 있는데, 밀도 높은 글이 게재되는 것으로 유명한 JAMS답게 이번 호에도 세 편의 논문과 다양한 서평이 실렸습니다. 첫 번째 논문은 당장이라도 읽어 보고 싶군요.

  • Natasha Loges, “Detours on a Winter’s Journey: Schubert’s Winterreise in Nineteenth-Century Concerts”
  • Victor Szabo, “Pacifica Radio’s Music from the Hearts of Space and the Ambient Sound of California’s New Age”
  • Mary Channen Caldwell, “Troping Time: Refrain Interpolation in Sacred Latin Song, ca. 1140–1853”

5. Musicology Now

Musicology Now는 미국서양음악학회에서 운영하는 학술 블로그입니다. 음악학자들의 글이지만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일반 대중도 대상 독자에 포함됩니다. 영미권 음악학자들을 중심으로 ‘공공 음악학’(public musicology)이라는 필드가 생겨날 정도로 음악학계도 대중과의 소통을 점점 더 중요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악학 허물기’는 공공 음악학이 주 목적은 아니지만 하려는 일 가운데 하나는 음악학자들이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리는 것입니다. “‘음악학자’가 뭐하는 사람이야? ‘음악 평론가,’ ‘비평가’랑 뭐가 다른 건데?” 등의 질문을 가끔 듣습니다. 이곳에 기록된 글들이 그에 대한 답이 되기를.

6. 『시간의 각인』 외 신간

러시아의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시간의 각인』 개역판이 나왔습니다.3 7월에는 영화 관련 서적이 유독 많은 것 같군요. 음악을 다루지는 않지만 『블레이드 러너 깊이 읽기』도 추천합니다. 대학 시절 ‘인문학 II’(Humanities II)(정말 ‘창의적’인 과목명입니다…) 시간에 처음 보고 2주 내내 토론(물론 저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늘 뒷북이라 영화 음악 연구 시작하고 나서야 (아마도) 당시 토론에서 다루었을 이야기, 책으로 접하고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는 음악학계에서도 연구가 많이 된 작품이라 이렇게 타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1. 사용된 음악 목록은 다음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dele Ankers, “Nier, Final Fantasy, Kingdom Hearts Music Used in Olympics Opening Ceremony,” IGN, July 24, 2021.

  2. 김정연, “소품처럼, 장난감처럼…드라마, 클래식을 입다,” 『중앙일보』, 2021년 7월 20일.

  3.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시간의 각인』, 라승도 옮김(곰출판, 2021). 자세한 내용은 “솔라리스에 각인된 바흐의 시간”에서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