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의 모차르트〉 후기

KBS 클래식FM 2021 여름음악학교 〈응접실의 모차르트〉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무사히’라는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해설이라는 중책을 맡은 저로서는 ‘방송 사고’ 없이 마쳤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여름음악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유튜브, 콩 앱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부족한 점도 없지 않았을 텐데 저만 더 잘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만 있을 뿐. 그마저도 훌륭한 제작진과 좋은 연주자들, 음악을 사랑하는 청취자 덕분에 티 안 나게 메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토크와 연주가 어우러진 강연 음악회가 아니라면 음악회 시작 전에 하는 5분짜리 해설에는 회의적인 편입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해설을 하는 입장에서도, 듣는 입장에서도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강연 음악회도 마찬가지. 이미 누군가 다 짜놓은 프로그램 해설에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 합니다. 그래서 여름음악학교 해설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에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고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고민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차르트가 주인공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 상태에서 함께 의견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응접실의 모차르트〉는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할 정도로 파격적인 콘셉트와 선곡을 제안했지만 반려된 기억은 없습니다. 이 ‘무모한 도전’을 그 누구보다 열린 마음으로 진행한 총감독 이동우 PD와 김정하 PD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처음 제안한 어설픈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이 말도 안 되는 연주자 라인업을 실현한 건 전적으로 이 분들의 공로입니다. 더불어 이른 아침부터 현장에서 방송 준비해 주신 엔지니어 포함 제작진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이동우 PD와 마찬가지로 〈KBS 음악실〉에서 3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하지숙 작가의 노고도 보다 많은 분들에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해설은 기본적으로 제가 쓰지만 진행자와 연주자, 음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구성하는 일은 전적으로 하지숙 작가의 몫입니다. 말이 구성이지 실제로 많은 글을 쓰고 분 단위로 구분되어 있는 큐시트에 맞춰 진행되는 생방송에서, 그것도 연주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라이브 음악 방송에서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하지숙 작가 덕분입니다. 서로 작성한 글 교환해 가며 구성해야 했기 때문에 함께(물론 각자의 집에서 따로) 밤새운 날도 많은데 연휴에는 조금 쉬고 계시길 바랍니다.

만난지 이제 겨우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노련히 여름음악학교를 이끌어 준 〈KBS 음악실〉의 진행자 김주영 피아니스트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 혼자였다면 많이 긴장했을 것 같은데 덕분에 의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낯을 가려서 안 그래도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사이니 오죽하겠어요. 방송 처음 시작하고 제작진과 친해지기까지 1년 걸렸으니 아직 9개월 남았지만 그래도 〈응접실의 모차르트〉 이틀 함께하면서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 단축을 기대해 봅니다.

연주자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음악가들 김유빈, 김지윤, 박지윤, 박진우, 배지혜, 선우예권, 성민제, 아레테 콰르텟, 이응광, 이한나, 이효주, 장우리, 조인혁, 조진주, 홍혜란이 한 자리에 모이다뇨.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특히 좀처럼 연주되지 않는 실내악 편성을 맡은 연주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지는 않을까 싶어 걱정도 했어요. (실제로 김정하 PD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한 번쯤 연락이 올 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웬걸요. 알아서 리허설하고 당일 오전 아무렇지도 않게 나타나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실내악으로 편곡된 관현악 연주가 재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정말 기뻤습니다.

마지막으로 〈응접실의 모차르트〉와 함께해 주신 모든 청취자 여러분께 제작진을 대신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주옥같은 독주곡, 실내악 놔두고 교향곡, 협주곡을 왜 굳이 실내악 편성으로 들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인 분들도 없지 않았을 텐데 생소한 콘셉트의 음악회를 진정으로 즐기고 응원해 주시는 소리,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틈틈이 전해 듣는 코멘트와 피드백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단한 후기 남긴다는 것이 길어졌군요. 감사한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음악학자들도 연주자와 함께 음악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은데 가끔은 그 역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5분짜리) 해설에 국한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악하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지금. 함께 변화를 주도해 ‘음악하기’의 가치와 즐거움을 지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응접실의 모차르트〉를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유튜브 링크와 프로그램 남깁니다.


1교시 프로그램

8월 12일 목요일, 오전 11시

KBS 클래식 FM [특집 2021 여름음악학교] 응접실의 모차르트 | KBS 210812 방송. Video by KBS Classic FM

Eine kleine Nachtmusik, K. 525, I. Allegro

vn. 조진주 & 김지윤, vla. 이한나, vc. 장우리, db. 성민제

Piano Sonata in C major, K. 545, I. Allegro

pf. 선우예권

Fantasia in D minor, K. 397/385g

pf. 선우예권

Eine kleine Nachtmusik, K. 525, II (III). Romanze. Andante

vn. 조진주 & 김지윤, vla. 이한나, vc. 장우리, db. 성민제

Clarinet Quintet in A major, K. 581, II. Larghetto

cl. 조인혁, vn. 조진주 & 김지윤, vla. 이한나, vc.장우리

Violin Sonata in B$\flat$ major, K. 378/317d, I. Allegro moderato

vn. 조진주, pf. 박진우

Piano Concerto in A major, K. 488, III. Allegro assai (arr. Ignaz Lachner)

pf. 박진우, vn. 조진주 & 김지윤, vla. 이한나, vc. 장우리, db. 성민제


2교시 프로그램

8월 13일 금요일, 오전 11시

KBS 클래식 FM [특집 2021 여름음악학교] 응접실의 모차르트 | KBS 210813 방송. Video by KBS Classic FM

Le nozze di Figaro, K. 492, Sinfonia

아레테 콰르텟(vn. 전채안 & 김동휘, vla. 장윤선, vc. 박성현)

String Quartet in C major, “Dissonance,” K. 465, I. Adagio–Allegro

아레테 콰르텟

Liszt, Ave verum corpus, S. 461a (after Mozart, K. 618)

pf. 김주영

“Non più andrai” from Act I, Le nozze di Figaro, K. 492

bar. 이응광, pf. 이소영

“Giunse alfin il momento… Deh, vieni, non tardar,” from Act IV, Le nozze di Figaro, K. 492

sop. 홍혜란, pf. 최승리

“Là ci darem la mano” from Act I, Don Giovanni, K. 527

sop. 홍혜란, bar. 이응광, pf. 이소영

Piano Concerto in D minor, K. 466, I. Allegro (arr. Johann Nepomuk Hummel)

pf. 이효주, fl. 김유빈, vn. 박지윤, vc. 배지혜

Symphony No. 40 in G minor, K. 550, I. Molto allegro (arr. Renaud de Vilbac, August Schulz, and Heinrich Plock)

pf. 이효주, vn. 박지윤, vc. 배지혜


How to cite this: 계희승, “〈응접실의 모차르트〉 후기,” 『음악학 허물기』, 2021년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