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시간 글쓰기 Day 50 후기

‘100일 동안 하루 1시간 글쓰기’ 프로젝트가 어느덧 Day 50을 넘겼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딱 1시간씩 51일 동안 썼습니다. 그럼 51시간 썼다는 이야기인데 생각해 보면 어지간한 논문 한 편을 쓰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직 완성은 커녕 근처도 못 갔습니다. 분명 몰아서 쓸 때에만 가능한 것들이 있지요. 예컨대 어떤 문제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해야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1시간의 가장 큰 단점은 한창 글발 날릴 때에도 중단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끊어진 흐름을 다음 날 되찾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이 프로젝트도 100일을 앞두고 완성의 순간이 다가오면 몰아서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원칙대로 해 보려고 합니다. 하루 1시간씩 쓰는 게 나름 괜찮거든요. 예컨대,

  1. 100일의 기한이 있으니 마음이 여유롭다. 사실 어떤 글이라도 보통 100일 전에는 쓰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결과적으로는 같은 건데 현실은 (기본적인 연구가 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마감 일주일 전부터 몰아쓰기. 자연히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없으니 하고 싶은(해야 하는) 이야기 절반도 못 하고 투고. 그런 글이 ‘게재 불가’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자칫 너그러운 심사위원을 만나 통과라도 되는 날에는 평생 남는 글, 돌이킬 방법이 없다.
  2. 같은 맥락에서 하루 딱 1시간은 정말로 부담이 없다. 특히 학술적인 글쓰기에서 1시간은 짧은 감이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쓰게 된다. 내 평생 논문을 쓰면서 이렇게 마음이 편했던 적이 있었던가. 바빠서 못 쓴다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3. 물론 쓰다 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날도 있다. 그럴 때에는 자신의 글과 며칠 거리를 두는 게 좋지만 100일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없어 대안으로 찾은 건 문헌 읽기. 사실 ‘대안’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게 딱 이 시간에만 생각하고 쓴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 따로 문헌 읽을 시간이 없다. 결국 할 말이 있는 날에도 읽어야 한다.
  4. 하루 1시간은 짧지만 100일이라는 긴 호흡으로 글을 쓰다 보니 시야가 넓어진다. 지금 쓰고 있는 글도 구체적인 연구 질문조차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지금은 상상도 못 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좋은 일인지는 글이 완성된 후에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수차례 수정 끝에 Day 50 가까이 되어 재설정한 주제는 썩 만족스럽다.
  5. 하루 1시간씩 50일을 쓰면 얻을 수 있는 결과와 과정을 모두 기록했으니 이제 전공실기(논문 지도) 시간에 만날 학생들에게 보여 줄 것이 생겼다. 너도 할 수 있다고.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 논문편 Day 51. Video by Undoing Musicology

How to cite this: 계희승, “하루 1시간 글쓰기 Day 50 후기,” 『음악학 허물기』, 2021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