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뮤 뉴스레터 제16호

2021년 11월 1일 발행된 뉴스레터입니다. 원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의 제품 계획은 일류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입니다.

진짜 뛰어난 전략은 남들이 내가 하는 일과 앞으로 하려는 일을 다 알게 됐는데도, 따라오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구상해 놓은 무대,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서 가장 잘 아는 무대로, 경쟁자들이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올 수 밖에 없도록 하는 전략이겠죠. 이런 전략을 남들이 따라하는게 어려운 이유는 그 전략을 모두가 알게 되기 ‘훨씬 이전의 단계’에서 아주 ‘장기적인 사고(思考)와 계획’을 했기 때문입니다.

—최원석, “애플 실리콘 전략을 알아도 따라하기 어려운 이유,” 『조선일보』, 2021년 10월 21일

어느 음악학자가 그러더군요. 바그너의 진정한 위대함은 그 길고 고통스런 세월을 견디며 자신의 계획을 착실히 실행에 옮기는 능력에 있다고.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뉴스레터 언뮤도 어느덧 16호째 발행하면서 유의미한 통계가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평균 오픈율은 50% 정도. 절반 가량은 읽히지 않은 채 휴지통에 버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애초에 구독자 수에는 관심이 없었고 필요한 분들에게 유익한 뉴스레터가 되면 그뿐이지만 요즘처럼 바쁠 때에는 이걸 왜 하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바그너를 떠올립니다. 다 계획이 있다니까요. (웃음) 그리고 요즘은 애플을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뭘 하려는 건지 이제 다 알겠는데 오랫동안 차근차근 준비한 거라 당장 좇아갈 방법이 없는 계획. 멋있지 않나요? (웃음) 조만간 구독자 정리를 한번 할 계획입니다. 자세한 공지는 다음에 하고, 11월의 첫 번째 월요일. 10월 마지막 밤 아내가 들려 준 배리 매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 감상하며 뉴스레터 제16호 시작합니다.

When October Goes. Video by DaleLeonardVideo

1. 카를 라이네케의 실내악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176번째 방송에서는 19세기 독일의 작곡가 겸 지휘자 카를 라이네케의 실내악을 준비했습니다.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와 같은 전통주의자. 그의 《플루트 소나타》 ‘운디네’나 《플루트 협주곡》 같은 작품은 지금도 자주 연주되지만 300곡을 넘게 쓴 작곡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친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오늘은 그 중 제가 사랑하는 현악사중주 세 곡의 느린 악장과 피아노사중주 준비했습니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음악들. 언뮤에는 방송에 소개되지 않은 음악도 담았으니 잠시 들러 감상해 보세요. 낭만 가득한 월요일 오전을 약속합니다.


2. 쇼팽 콩쿠르로 보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

쇼팽 콩쿠르 끝난지가 언제인데 웬 뒷북인가 싶기도 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상적인 기사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늘 하는 클리셰 가득한 이야기. 그런데 뒤늦게 접한 요시하라 마리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교수의 기고문은 조금 다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 그 중에서도 특히 음악가의 정체성을 연구해 온 미국학(American Studies) 전문가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쇼팽의 작품만 연주하는, 가만 생각해 보면 되게 이상한 콩쿠르에서 아시아 연주자들의 선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버튼으로 연결됩니다.


3. 저는 유자 왕의 ‘연주’를 좋아합니다만

대화를 하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게는 영국의 유명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 물론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글을 통해 만나는 레브레히트는 종종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저를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요즘 북미 음악학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라 음악학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자 왕은 이제 그만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유자 왕의 ‘연주’를 좋아합니다. 유자의 연주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들었는지(혹은 듣지 못 했는지) 아래 기사에서 확인해 보세요.


4. ‘안전한’ 소음이라는 건 없습니다

흔히 ‘배경’ 소음이라고 하지요.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일부러 카페처럼 시끌벅적한 곳을 찾아가 공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니나 크라우스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신간 Of Sound Mind: How Our Brain Constructs a Meaningful Sonic World (MIT Press, 2021)에 따르면 우리 뇌에 해롭지 않은 ‘안전한’ 소음이란 건 없습니다.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 『노틸러스』에 실렸으니 한 번 읽어 보세요. 지난 2년 사이에 새로 구입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헤드폰만 다섯 세트. 물론 이 중 일부는 아내 협찬이지만, 제가 옳았노라며 최근 눈독 들이고 있는 여섯 번째 모델을 지를 수 있…


5. 찬송가와 자장가, 그리고 ‘생일 축하합니다’

지지난 주말 IMSEA Virtual Conference에 프로그램 구성위원 겸 세션 좌장으로 참여해 편한 마음으로 해외의 음악학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지난 주말에는 역할을 바꾸어 제30회 AKSE 국제학술대회 패널 세션에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Hymn, Lullaby, and ‘Happy Birthday’: Park Chan-wook’s Lady Vengeance as a Musical Commentary on Protestant Christianity in Korea.” 분명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찬송가와 자장가, 그리고 ‘생일 축하합니다’를 한국 기독교(개신교)에 대한 코멘터리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끝날 때쯤에는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초록은 언뮤에, 우리 연구소 연구보조원이 찍어 준 멋진 사진(스샷)은 인스타에 올려 두었습니다. 은실 감사!


6. 음악과 질병, 장애의 문화사 DB 업데이트

‘음악과 질병, 장애의 문화사’ DB에 알프레드 시닛케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 수차례의 뇌졸중으로 좌대뇌반구가 손상되었지만 시닛케는 질병이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작품 활동을 촉진했다고 회고합니다. 인용된 Zagvazdin의 2015년 연구는 시닛케를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같은 뇌혈관 병변을 경험한 브리튼이나 스트라빈스키 같은 작곡가의 사례도 함께 다루고 있으니 대조 연구를 위한 좋은 자료가 되겠네요. Medical Humanities > Database (beta)에서 확인하세요.


7. 음악학 연구와 강의를 위한 DB 업데이트

‘음악학 허물기’ DB에 아래 항목들이 추가되었습니다. Teaching > Resources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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