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IP?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18년 5월 28일 방송 2018년 9월 2일부터 14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조금 특별한 음악 콩쿠르가 열렸습니다. 제1회 쇼팽 국제 시대악기 콩쿠르(The 1st International Chopin Competition on Period Instruments). 타이틀에 ‘쇼팽’이 들어가는 콩쿠르가 워낙 많아 이것도 유사품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부터 먼저 올라가지만 일단 주최 기관의 권위는 확실합니다. 국립 프레데리크 쇼팽 협회(Fryderyk Chopin Institute). 조성진… Continue reading 1. HIP?

오페라, 혹은 엿듣기의 예술

1. 근 한 달만의 포스팅이다. 작년에도 10월을 기점으로 두 달 동안 언뮤를 방치해 두었는데 올해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11월 첫 글을 뒤늦게 끄적거린다. 늘 그렇듯이 여러 가지 일로 바빴다는 말 외에는 좋은 핑계가 떠오르지 않지만 언뮤에 신경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집필 작업 때문이었다. 이번 학기는 ‘유례 없는’이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정도로 강의… Continue reading 오페라, 혹은 엿듣기의 예술

가즈오 이시구로의 “단조로움”이 주는 울림

1. 고백하건대 지루해서 읽다 말았다. 이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이야기다. 애초에 그의 소설을 집어 들었던 동기부터 그다지 ‘순수’(?)하지 못했는데 작년 봄에 보다 만 일드 《나를 보내지 마》(2016)가 계기였다. 아야세 하루카 팬이다… 이보다 훨씬 전에 원작과 조금 더 유사한 형태로 제작된 영화 Never Let Me Go (2010)가 개봉되었지만 제목 외에는 아무 정보도 관심도 없었던 터라 모르는 영화나 마찬가지였고.… Continue reading 가즈오 이시구로의 “단조로움”이 주는 울림

Typesetting Opera Incipits with LilyPond

1. 작년에 LilyPond로 모차르트 오페라 각 악곡의 첫머리(incipits)를 사보해 DB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시험 삼아 딱 하나 만들어 보고 말았는데 다시 덕질을 시작했다. 1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이틀에 걸쳐 6개를 그렸는데 나름 삽질하며 깨달은 바가 있어 이곳에 기록해 둔다. 2. 먼저 악보부터 보고 이야기하자. 모두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Idomeneo, KV. 366, 1781)의 아리아다. 악보를 클릭하면 소스… Continue reading Typesetting Opera Incipits with LilyPond

“분석 안 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법

1. 포스팅 제목의 “분석 안 되는 것들”은 기시 마사히코의 저서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머리말의 제목이다. 일본에서는 2015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말 번역은 2016년 말에 나왔으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주 신간도 아니지만 호평 일색인 “이 자그마한 책”에 대해 알게 된 지는 이제 한 달 정도다. 2. 잠자리 독서용으로 구입한 (전자)책인데 딱 이틀 만에 잠자리에서 읽을 책은 아니라는… Continue reading “분석 안 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 법

편의점의 소리를 듣다

1. 지난 주말에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기사 “편의점에서 세상을 쓰다”를 뒤늦게 접하고 부리나케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2016)을 꺼내 보았다. 오랜전에 구입해 놓고 미처 펼쳐 보지 못한 책. 늘 그렇듯 와이프가 먼저 읽어버렸다. 2. “소설 『편의점 인간』은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기사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문장이다. 소리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대목에서… Continue reading 편의점의 소리를 듣다

학기 단위로 인생을 계획한다는 것의 의미

1. 어제 포스팅에서 다짐한 대로 오늘 아침에는 꼬박 3시간 동안 글을 썼다. 평소보다 4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작업한 결과는 겨우(?) 원고지 7매… 허탈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동안 글을 쓰면서 새로 수집한 자료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이쯤에서 한 번 정리하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잃어버리거나 모아 놓고 사용하지 못할 판이었다. 자료 수집과 정리는 가급적이면 집필 시간과 분리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이… Continue reading 학기 단위로 인생을 계획한다는 것의 의미

오페라 속 병든 영웅들

1. 박사학위 논문이 마무리 되어 가던 시기에, 그러니까 논문 제출 후 심사를 기다리던 시기에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가 있었다. 아무래도 박사학위 논문을 몇 년이고 울궈먹는 것은 학문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더 이상(?) 그럴 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 박사학위 논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을 발전시켜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도교수님께서 종종 말씀하셨다. 2. 박사학위… Continue reading 오페라 속 병든 영웅들

이성을 듣다(를 읽다)

1. 대학원에 진학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학위 논문은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가장 길고 끔찍한 중요한 글 중 하나다. 특히 인문계열 박사학위 논문이라면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분량’에 압도되기 쉬운데, 오죽하면 이 작업 후에는 석사학위 논문이 그냥(?) 기말소논문 정도로 보인다는 말이 있을까. 그런데 글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2. 지도교수님께서 종종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박사학위 논문은 네가 처음이자… Continue reading 이성을 듣다(를 읽다)

David Lewin의 “Morgengruß” 분석

1. 이번 가을 학기에는 정말 오랜만에 음악 분석 수업을 맡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북미 지역에서는 여전히 ‘음악학’이라고 하면 ‘역사음악학’을 떠올리고 ‘음악이론’이나 ‘종족음악학’과의 구분도 명확하지만 유럽에서는 조금씩 흐려지는 추세인 것도 같고 심지어 ‘musicology’와 ‘ethnomusicology’의 구분 마저 더 이상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게 좋은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고 지금 하려는 이야기도 아니다. 아무튼 이런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누군가 나의 음악학자로서의 정체성이… Continue reading David Lewin의 “Morgengruß”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