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서술

예술가의 산문이 언제나 읽을 만한 것은 아니다. 이력을 나열하고 취향을 전시하고 편견을 고집하는 글들도 많다. 그러나 일가를 이룬 장인들의 산문은 대체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지난한 숙련의 나날을 지불해야만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경험적 통찰들이 정직하게 글을 떠받치기 때문이다. 생을 헐어 쓴 글의 힘이다. —위화,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추천의 글〉 중에서 “생을 헐어” 가며 글을… Continue reading 음악의 서술

KBS 클래식FM 2021 여름음악학교 〈응접실의 모차르트〉

KBS 클래식FM 2021 여름음악학교 〈응접실의 모차르트〉가 2021년 8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오전 11시부터 90분 동안 생방송으로 찾아갑니다. 여의도 신영증권, 신영체임버홀에서 무관중으로 진행되는 〈응접실의 모차르트〉는 유튜브, 콩 앱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됩니다. 해설을 맡은 저도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선곡에 적극 관여했는데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다채로운 구성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모차르트 시대 사람들은 음악을… Continue reading KBS 클래식FM 2021 여름음악학교 〈응접실의 모차르트〉

비제의 피아노 소품, 두 번째 시간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1년 8월 9일 165번째 방송 지난주에 이어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의 피아노 음악 만나 보는 두 번째 시간. 오페라 《카르멘》(Carmen, 1875)으로 워낙 친숙한 작곡가라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제는 적지 않은 피아노 소품을 작곡했습니다. 피아노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던 작곡가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들이었는데요.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지난주에는 비제의 소품집… Continue reading 비제의 피아노 소품, 두 번째 시간

비제의 피아노 소품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1년 8월 2일 164번째 방송 오페라 《카르멘》(Carmen, 1875)이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 1838–1875)는 CD 두 장을 꽉 채울 정도로 적지 않은 피아노 소품을 남겼습니다. 피아노 트랜스크립션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겁니다. 대부분 초기작이라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판된 작품이 많지 않아 주목 받기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Continue reading 비제의 피아노 소품

삶과 예술, 그리고 《나의 어머니》

이탈리아의 감독 난니 모레티(Nanni Moretti)의 영화 《나의 어머니》(Mia madre, 2015).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b. 1935)의 음악으로 도배되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참을 벼르다 이제서야 봤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일과 가족 사이에서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려는 여성 마르게리타의 이야기. 노동자 인권을 그리는 영화 감독인 동시에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딸이다. 그렇지 않아도 애초에 어떻게 섭외된… Continue reading 삶과 예술, 그리고 《나의 어머니》

음악은 소유할 수 있는가? 『검은 바이올린』

얼마 전 번역, 출간된 프랑스 소설 『검은 바이올린』(Le Violon noir, 1999)을 읽었다. 막상스 페르민(Maxence Fermine)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 프랑스 문학(특히 ‘1950년대 이후’ 프랑스 문학)과는 잘 맞지 않아 멀리하는 편이지만 음악을 소재로 다룬 소설은 빠짐없이 읽으려고 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집어 든 소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때는 18세기 말 유럽. 바이올린이 전부인 소년 요하네스… Continue reading 음악은 소유할 수 있는가? 『검은 바이올린』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외

1.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음악 뉴스레터에서 예고(?)한 대로 당분간 기승전-올림픽.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게임 음악도 연구합니다. 연구고 뭐고 일단 게임을 좋아해요. 그래서 4시간이나 하는 줄도 모르고 보기 시작한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게임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 유독 반가웠습니다. 대부분 제가 했던 게임들이고 친숙한 음악이지만 정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아직 해 본 적… Continue reading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 외

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들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1년 7월 26일 163번째 방송 오늘은 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 장 바티스트 세나이에(Jean-Baptiste Senaillé, 1687–1730)와 장 마리 르클레르(Jean-Marie Leclair, 1697–1764)의 바이올린 소나타 준비했습니다. 열흘 전, 기가 막힌 조합의 두 연주자가 만나 녹음한 음반이 발표되었습니다. 요즘 핫한 1988년생 바이올리니스트 테오팀 랑글로와 드 스와르테(Théotime Langlois de Swarte)와 앙상블 레자르 플로리상(Les Arts Florissants)의… Continue reading 프랑스 바로크 바이올린의 대가들

솔라리스에 각인된 바흐의 시간

러시아의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 1932–86)의 『시간의 각인』(1986) 개역판이 나왔다. 일찌감치 『봉인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었지만 독일어 번역본을 중역(重譯)한 것이어서 영문판과 비교해 가며 봐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개정판’이라면 고민이라도 했을 텐데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재단 공식 완역본’이라니. 더 이상의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마침 얼마 전 구입한 토비아스 폰타라의 저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공명하는 영화: 음악과… Continue reading 솔라리스에 각인된 바흐의 시간

에스더 베자라노 타계 소식 외

1. 에스더 베자라노 타계 지난 7월 10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마지막 생존자 중 한 명 에스더 베자라노(Esther Bejarano, 1924–2021)가 만 96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베자라노는 소녀오케스트라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했다고 하지요. 어떤 경험이었을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참에 지난 3월 출간된 음악학자 이경분 박사의 책 『수용소와 음악: 일본 포로수용소, 테레지엔슈타트, 아우슈비츠의 음악』(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21) 읽어 보시는 것도 좋겠군요. 개인적인 친분은 고사하고 인사… Continue reading 에스더 베자라노 타계 소식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