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글쓰기의 이론과 원칙은 간단한 반면 실천은 어렵습니다. 학생들에게 나도 마찬가지라고, 일단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제 말을 믿지 않습니다. 가끔은 제가 얼마나 삽질해 가며 글을 쓰는지 보여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보여줄 수 있잖아요? 학생들에게는 늘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과정을 보여주거나 칭찬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유튜브까지 할… Continue reading 한 편의 글이 완성되기까지

저스티스 리그: 시그리드 vs. 닉 케이브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이 포진한 DC 코믹스와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가 버티고 있는 마블 코믹스. 어느 쪽을 좋아하시나요? 원작 만화라면 답변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 이야기라면 저는 단호하게 잭 스나이더(Zack Snyder)의 DC 코믹스를 선택할 겁니다. 그의 2009년 영화 《왓치맨》(Watchmen)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걸작입니다. 스나이더 영화 특유의 색감과… Continue reading 저스티스 리그: 시그리드 vs. 닉 케이브

실내악으로 편곡된 베토벤 교향곡

음악학자 낸시 노벰버(Nancy November)의 신간 『실내악으로 편곡된 베토벤 교향곡』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베토벤 교향곡을 듣고 싶으면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굳이 음악회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지요. LP나 CD로 감상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1877년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 축음기(phonograph)를 발명하기 이전 음악을 감상하려면 다른 이의 연주를… Continue reading 실내악으로 편곡된 베토벤 교향곡

막스 브루흐의 실내악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1년 7월 5일 160번째 방송 코로나19와 베토벤 탄생 250주년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묻히고 지나갔지만 2020년 서거 100주년을 맞은 음악가가 있습니다. 독일의 작곡가 막스 브루흐(Max Bruch, 1838–1920). 〈바이올린 협주곡 1번〉(Violin Concerto No. 1, Op. 26, 1867)이나 〈스코틀랜드 환상곡〉(Scottish Fantasy, Op. 46, 1880)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몇 곡 안 되지만… Continue reading 막스 브루흐의 실내악

소리와 청취의 정치학

2020년 10월 17일(토). 제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주관 학술대회 〈소리와 청취의 정치학 I〉이 개최됩니다. 화상회의 플랫폼 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누구나 무료로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곧 게시될 예정이지만 저도 발표자로 참여한다는 소식 전하려고 이곳에 먼저 글 남깁니다. 발표 제목은 “마지막 오르페오의 노래: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과 듣기의… Continue reading 소리와 청취의 정치학

언뮤 2.0

2016년 7월 20일, ‘음악학 전문 포털’을 꿈꾸며 오픈한 ‘개인 블로그’ 언뮤가 4년 만에 리뉴얼을 단행했습니다. 길고 복잡한 얘기 간단히 하면 그 동안 언뮤가 세 들어 살던 서버 환경을 업데이트하면서 초기화 되었고, 기존 자료는 백업해 두었지만 ‘새 부대에는 새 술을 담자’는 마음으로 필요 이상의 복원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했던 Twenty Seventeen 테마도 미련 없이 떠나보내고 2020년에… Continue reading 언뮤 2.0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음악 페어링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0년 4월 6일 95번째 방송 아직 못 먹어 봤습니다. 굳이 먹어 봐야 할 이유도 욕구도 없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군요. ‘짜파구리’ 얘기입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조합. 여기에 ‘한우 채끝살’이 들어가야 하느냐 마느냐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다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은 이게 두 가족이 아니라 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값싼… Continue reading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음악 페어링

‘피아노의 발키리’ 테레사 카레뇨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0년 3월 30일 94번째 방송 제 연주가 이 공포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작은 몸짓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는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 음악과 예술은 우리를 단결시키고, 정신을 고양시키기 때문이죠. 강경루, “코로나 뚫고 한국 온 리시차, 1000명의 박수가 쏟아지다,” 『국민일보』, 2020년 3월 22일. 〈KBS 음악실〉의… Continue reading ‘피아노의 발키리’ 테레사 카레뇨

발렌티나 리시차의 차이코프스키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0년 3월 23일 93번째 방송 책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제목은 『아무튼, 개강』. 물론 정말로 쓰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 정도로 다사다난했던 개강 첫 주, ‘그럭저럭 넘겼다’ 정도 담고 있는 소회일 겁니다.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실시간 화상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반응을 살피기 어렵다는 것.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Continue reading 발렌티나 리시차의 차이코프스키

플로런스 프라이스의 흑인 영가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20년 3월 16일 92번째 방송 매년 어느 날이 다가오면 풍겨오는 냄새, 느껴지는 분위기 같은 것이 있습니다. 각자에게 의미있는 날이 있겠지만 제게는 3월 1일이 그렇습니다. 아, 제가 특별히 애국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초등학교 입학 후 (군대 2년 제외하면) 벌써 30년 넘게 학교에 몸담고 있다 보니 3월 1일 즈음해서 봄과 개강이 떠오릅니다.… Continue reading 플로런스 프라이스의 흑인 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