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이도메네오》, 〈서곡〉

1. 묘한 서곡이다. 여느 (모차르트 오페라) 서곡과 마찬가지로 어정쩡한 소나타 형식을 갖추고 있고 그 틀 안에서 애매하게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2. 〈서곡〉의 가장 큰 특징은 D장조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단조”성이 매우 강한데, 곡을 자세히 뜯어보면 이게 단지 느낌적인 느낌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말이 D장조이지 여기에 머물러 있는 시간은… Continue reading 모차르트, 《이도메네오》, 〈서곡〉

타루스킨과 반스의 쇼스타코비치 (feat. 쇼펜하우어의 독서론)

1. 국내 독자들에게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잘 알려진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의 신작 소설 The Noise of Time의 서평이 뉴욕타임스에 올라왔다. 서평을 읽기 전에 두 번 놀랐는데 우선 올 초에 출간된 소설의 서평이 이제서야 올라왔다는 사실 때문이고, 또 한 가지 (더욱 놀랐던) 이유는 서평을 쓴 사람이 음악학자 Richard Taruskin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음악학자가 소설을 읽고 쓴 서평이 한 박자 늦게 올라온… Continue reading 타루스킨과 반스의 쇼스타코비치 (feat. 쇼펜하우어의 독서론)

이어폰/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다는 것

중점연구 프로젝트로 해외 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한 편 쓰고 있는데 여기서 길게 할 이야기는 아니고, 대충 요약하면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가상의 듣기 방식”virtual listening과 “가상의 소리 듣기”listening to the virtual 사이의 경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허물어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내용이다. 나의 논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부분이 “이어폰(헤드폰) 현상”인데 공교롭게도 얼마 전 The New Yorker에 올라 온 Amanda Petrusich의… Continue reading 이어폰/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다는 것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니까”

소설은 주로 밤에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본다. 연구와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의 글을 읽으면 오히려 잠이 깨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잠드는 순간까지 그렇게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해서 지양하는 편이다. 아무튼 와이프와 내게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요즘 읽고 있는 소설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Emily St. John Mandel)의 2014년작 『스테이션 일레븐』(Station Eleven). 책을… Continue reading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