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for RE:hearing

본 연구의 출발점은 2016년 말 발매된 비디오 게임 〈파이널 판타지 XV〉의 독특한 음악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게임 속 캐릭터들이 광활한 이오스(Eos) 대륙에서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레갈리아(Regalia)의 오디오를 조작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전작(前作)의 유명 사운드 트랙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단, 이오스 전역에 위치한 상점에서 게임 속 화폐 질(gil)을 지불하고 앨범을 구입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붙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초원에 나가 짐승을 사냥하는 등 게임 진행과는 별 상관없는 일을 해야 하니 업무(시간) 외 노동의 대가라고 해도 좋겠다.

그저 게임 속 음악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예컨대 플레이어가 게임의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그것도 레갈리아로 이동 중에만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 트랙을 수집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작의 사운드 트랙은 플레이어의 향수를 자극하는 기능 외에 또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화려한 그래픽 못지않게 사실적인 사운드를 자랑하는 〈파이널 판타지 XV〉를 플레이하면서 듣는 16비트 음악과 이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게임 공간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 트랙은 정말 디제시스적(diegetic)인가? 게임 음악은 현실과 가상의 (공간적) 경계를 어떻게 애매화(曖昧化)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음악과 소리의 정치경제학을 비롯해 사회학, 심리학, 현상학, 심지어 윤리학까지 관통하는 학제적 접근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논의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봤자 게임’, ‘그래봤자 음악’이라고 하기에는 질문들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근 하나의 세부학문분야로 주목 받고 있는 게임 음악학(ludomusicology)과 소리 연구(sound studies)의 방법론에 기대어 게임 음악이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들에 귀 기울이고 음악(학)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1,052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