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번역, 출간된 프랑스 소설 『검은 바이올린』(Le Violon noir, 1999)을 읽었다. 막상스 페르민(Maxence Fermine)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 프랑스 문학(특히 ‘1950년대 이후’ 프랑스 문학)과는 잘 맞지 않아 멀리하는 편이지만 음악을 소재로 다룬 소설은 빠짐없이 읽으려고 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집어 든 소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때는 18세기 말 유럽. 바이올린이 전부인 소년 요하네스… Continue reading 음악은 소유할 수 있는가? 『검은 바이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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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청취의 정치학
2020년 10월 17일(토). 제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주관 학술대회 〈소리와 청취의 정치학 I〉이 개최됩니다. 화상회의 플랫폼 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누구나 무료로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곧 게시될 예정이지만 저도 발표자로 참여한다는 소식 전하려고 이곳에 먼저 글 남깁니다. 발표 제목은 “마지막 오르페오의 노래: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과 듣기의… Continue reading 소리와 청취의 정치학
클래식 음악을 통한 범죄예방?
KBS 음악실 ‘계희승의 음악 허물기’ 2018년 6월 11일 세 번째 방송 ‘우아하게’ 바로크 음악 한 곡 들으면서 시작하죠.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G장조(BWV 1007) 중 프렐류드(Prelude). 루시아 스와츠(Lucia Swarts)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바흐 ‘덕후’를 자처하지만 고백하건대 좋아하는 곡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곡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작품의 상징성 때문입니다.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에 따르면 방금 감상한 프렐류드가 사용된 (해외)… Continue reading 클래식 음악을 통한 범죄예방?
편의점의 소리를 듣다
1. 지난 주말에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의 기사 “편의점에서 세상을 쓰다”를 뒤늦게 접하고 부리나케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2016)을 꺼내 보았다. 오랜전에 구입해 놓고 미처 펼쳐 보지 못한 책. 늘 그렇듯 와이프가 먼저 읽어버렸다. 2. “소설 『편의점 인간』은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기사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문장이다. 소리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대목에서… Continue reading 편의점의 소리를 듣다
라캉과 ‘응시’, 그리고 소리연구
John Mowitt, Sounds: The Ambient Humanitie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5). 제목과 출판사 소개만 보고 찜했다가 (전자책 샘플이 제공하는) 서문을 읽어 본 후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구입한 책이다. 일단 제목에 복수형—“소리들”(sounds)—을 사용한 것부터 거슬린다. “소리”를 다향한 방식으로 정의하고 다각도로 살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는 또 어떻고? 첫 문장부터 “이 책은 소리에 관한 책이 아니”란다. 제목에 “소리”를… Continue reading 라캉과 ‘응시’, 그리고 소리연구
이어폰/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다는 것
중점연구 프로젝트로 해외 저널에 투고할 논문을 한 편 쓰고 있는데 여기서 길게 할 이야기는 아니고, 대충 요약하면 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가상의 듣기 방식”virtual listening과 “가상의 소리 듣기”listening to the virtual 사이의 경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허물어지고 있는지 점검하는 내용이다. 나의 논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부분이 “이어폰(헤드폰) 현상”인데 공교롭게도 얼마 전 The New Yorker에 올라 온 Amanda Petrusich의… Continue reading 이어폰/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