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에 각인된 바흐의 시간

러시아의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 1932–86)의 『시간의 각인』(1986) 개역판이 나왔다. 일찌감치 『봉인된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었지만 독일어 번역본을 중역(重譯)한 것이어서 영문판과 비교해 가며 봐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개정판’이라면 고민이라도 했을 텐데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재단 공식 완역본’이라니. 더 이상의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마침 얼마 전 구입한 토비아스 폰타라의 저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공명하는 영화: 음악과… Continue reading 솔라리스에 각인된 바흐의 시간

E. M. 포스터와 음악

대만의 음악학자 충한 차이(Tsung-Han Tsai)의 신간 『E. M. 포스터와 음악』은 험프리 제닝스(Humphrey Jennings, 1907–1950)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티모시를 위한 일기》(A Diary for Timothy, 1945)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라디오 뉴스를 틀어 놓고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보입니다. 잠시 후 ‘열정’(Appassionata)이라는 부제로 친숙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F단조, Op. 57의 1악장이 흘러나옵니다. 음악회 프로그램이 카메라에… Continue reading E. M. 포스터와 음악

실내악으로 편곡된 베토벤 교향곡

음악학자 낸시 노벰버(Nancy November)의 신간 『실내악으로 편곡된 베토벤 교향곡』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베토벤 교향곡을 듣고 싶으면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굳이 음악회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지요. LP나 CD로 감상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1877년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 축음기(phonograph)를 발명하기 이전 음악을 감상하려면 다른 이의 연주를… Continue reading 실내악으로 편곡된 베토벤 교향곡